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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7 08:53
성인지(性認知)
 글쓴이 : 송경태
조회 : 2,202   추천 : 0  
성인지(性認知)

혹시 성인지적관점 (性認知的觀點)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영문으로는 ‘Gender Perspective’라 하여 사회의 각종 제도나 정책등이 특정 성(性)에게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없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관점이라고 하며 줄여서 ‘성인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각종 제도와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남녀성차별의 개선’에 기반을 두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성인지 개념’이 처음 도입된 시기가 중앙정부는 2010년부터 그리고 지방정부는 약 2013년부터 이런 개념을 수용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한국의 대법원에서도 ‘성인지 개념’을 인지하였으며 2018년 4월12일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성인지 개념’이 처음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대법원은 제자인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한 지방대 교수가 낸 교원 취소 상고심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의 취지로 해당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즉 이 지방대 교수가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는 하급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성희롱 유죄를 인정한 사례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경우 재판부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상황에서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관점이 거진 불가능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성인지’라는 용어가 정착하지 못한 이유로 “이런 용어가 상당히 낯설고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성인지’라는 용어가 어려워 대중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쉬운 말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오히려 ‘성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더욱 더 적나라하게 나타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낯선 용어인 ‘성인지’와 이런 용어를 알아야 하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성맹적(性盲的) 혹은 ‘Gender Blind’라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법조인들의 견해도 존재합니다.

여기서 필자는 과거의 지나간 문제점들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현재 우리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어려움으로 ‘성인지적’ 피해자의 진술 외에 또 다른 증거를 찾기 힘든 성폭력 사건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여 피해자들의 입장을 재판에 반영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성폭행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당 사건을 바라 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능한 헌법이 규정하는 범위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죄추정원칙’은 고수하면서도 가해 혐의자의 항변을 어떤 식으로 고려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모든 법조인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여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의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인지적 관점’의 가장 대표적인 재판이 바로 전(前) 충남지사였던 안희정씨의 재판입니다. 안 전(前) 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성인지적 관점’이 인정되어 유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법원의 견해(?)만 남은 상황입니다.

처음 1심에서는 비록 안 전(前) 지사가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위력을 피해자에게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로 무죄 선고를 하였습니다. 즉 1심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의 주장인 ‘성인지적 관점’이 인정되어 안희정 전(前) 지사에게 내려졌던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안희정 전(前) 지사에게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즉 안 전(前) 지사가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호주 역시 이런 ‘성인지적 관점’을 가능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호주는 심각한 형사사건의 경우 대부분 공소시효가 없는 관계로 심지어는 30-40년 전 발생한 ‘성인지적’ 성폭력 피해 사건들까지 최근에 새롭게 재조명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안타깝게도 시드니 한인사회의 경우 지속적으로 ‘성인지적’ 사건들이 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주변을 살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주말되시고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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