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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2 11:57
돌발상황 (상)
 글쓴이 : 송경태
조회 : 1,717   추천 : 0  


오늘은 ‘돌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국어사전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현상들’을 돌발상황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최소한 1-2개 이상의 ‘돌발상황’에 대한 추억(?)은 모두 있으실 줄 압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저만의 ‘돌발상황’으로는 대학시절 시험을 보러 가면서 도로위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났던 상황이거나 여기서 언급하기는 부끄럽지만 시험 전 밤을 새워 벼락치기(?)를 한 후 정작 당일엔 늦잠을 잤던 끔찍한 기억도 필자만의 가슴아픈(?) 기억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변호사 초년병 시절 타주(他州)의 법원으로 가기 위해 재판 당일 새벽 시드니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도중 비행기가 연착되어 재판에 늦을 뻔 했던 순간도 그런 ‘돌발상황’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상황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만약 이런 ‘돌발상황’들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면 하는 아찔한 공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돌발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아마 시드니 한인 변호사 모두 필자와 비슷한 에피소드 한두개씩은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 중 한 분은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법원에 출두를 하면 해당 혐의에 대한 죄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무죄를 주장하며 끝까지 싸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만약 의뢰인이 유죄를 인정할 경우 이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방향으로 혹은 무죄를 주장할 경우 이에 걸맞는 증거수집을 하여 그 쪽으로 의뢰인의 변호사로 재판에 임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의뢰인의 경우 법원에 출두를 한 후에도 자신의 혐의에 대한 인정이나 부정을 하지 않은 체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만 하면서 누군가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무속신앙을 믿는 이 의뢰인은 자신에게 영적(?) 방향을 제시하는 그 분(?)의 전화를 기다리는 경우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이었는데 그 당시 담당 재판장님이 필자의 의뢰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또 가끔 증언석에서 필자와 사전에 약속했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핵폭탄급 진술을 하는 증인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神)들께 마음속으로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게 해 달라고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외 필자가 기억하는 돌발상황으로는 통역과 관련된 것으로 종종 증인이 언급하는 진술과 다르게(?) 통역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통역사의 경우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필자가 듣기에도 공감이 가는 스타일로 통역을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왠지 모르게 2% 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통역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서 필자가 믿고 의지하는 통역사분이 보이면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새로운 분이 보이는 순간 해당 재판이 끝나는 시간까지 마음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또 합리적인 재판장님이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 그 분의 스타일을 사전에 알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나 돌발상황이 없을 것이란 안도감이 있는데 종종 사건을 진행해 주신다던 재판장님이 건강상 혹은 개인적인 문제로 다른 재판장님으로 바뀌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이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깐깐한 재판장님이 진행할 줄 알았던 재판에서 너그러운(?) 재판장님으로 바뀌는 행운도 가능합니다.

과거 형사소송을 하면서 깐깐하기 그지없는 재판장에서 가장 관대하다고 소문난 분으로 재판 전 바뀌였던 경우가 기억납니다.

그 당시 연일 필자의 의뢰인에 대한 기사가 호주 일간지를 도배하던 상황에서 해당 혐의에 가장 관대하다고 소문난 판사님으로 바뀐 행운은 5-6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행복한 돌발상황이 아니였나 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보통 성폭행과 관련하여 유죄를 받을 경우 최소한 6-8년의 징역형은 기본이던 상황에서 형량에 관대하기로 유명했던 재판장님에게 재판을 받는 그 자체만으로도 천운(天運)의 돌발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이렇듯 변호사로 사건을 진행하면서 불가항력(?)적인 변수들이 존재하는 고충이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사례들을 모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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