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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9 13:11
보고싶다 정선아!
 글쓴이 : 신 아연
조회 : 3,228   추천 : 0  

“보고 싶다 정선아~~”

요즘 제 입에 붙은 말입니다. 지난 5월 중순경 강원도 정선에 다녀오고 난 후부터입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는 ‘관광 정선’, 정선 여행을 홍보하기 위해 정선군이 만든 일종의 구호,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군 내 관광버스 옆구리는 물론, 각종 기념품, 선물을 담는 종이 가방에도 ‘보고 싶다 정선아’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침 고장 이름이 정선인 바람에 이렇게 정겨운 말을 지어 부르게 된 거겠지요. 가령, ‘보고 싶다 영월아, 보고 싶다 울산아, 보고 싶다, 목포야’ 라고  부르면 마치 여장한 남자처럼 어색하고 뜬금없이 들릴 테니까요.

   

정선군청에서는 ‘정선’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열었는가 하면,  ‘정선희’ ‘정선숙’ ‘정선미’ 등등 성을 붙여 연결된 이름자에 ‘정선’이 드러나는 사람들까지 한자리에 모으는  재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정선군의 ‘정선’에 대한 사랑과 애정, 애교어린 자부심이 이 정도이니 ‘정선’의 상징인 ‘정선’을 ‘정선’ 여행 후 자기도 모르게 입에 달지 않는다면 ‘정선'이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정선 5일장과 레일 바이크, 짚 와이어(활강 레포츠), 화암동굴 등 정선의 명물이자 대표적 관광지, 관광 상품도 훌륭했지만 그보다 저는 ‘정선의 이야기’에 귀와 눈이 더 열리면서 마음이 닿고 공감이 갔습니다.

단종이 머물렀던 영월 등과 함께 유배지로서의  한의 이야기, 천지간 어디에 눈을 돌려도 산 산 산이니 연명을 위해 눈물과 땀으로 골짝골짝을 개간해야 했던 민초들의 시름 깊은 이야기가 숙연하고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선의 모든 이야기는 ‘정선아리랑’에 ‘아우라지’ 담기고 서려 모두의 신산한 삶에 내재되었고, 사회적 약자이자 태생적 ‘을’의 가락으로 삶의 위무와 풍자, 희망을 노래하는 곡조가 되었습니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자 강원도 무형 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을 극화한 한 시간 남짓의 정선아리랑 극, ‘판 아리랑’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8세 남짓한 아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연령층의 군민들로 대거 구성된 공연단은 서울 등 대도시에 버금가는 격조 높은 공연장 수준에 걸맞은 기량을 펼치며 관객들을 감동의 절정으로 몰아갔습니다.

   

우리의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어 이제는 세계 속의 아리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아리랑의 고장, 정선답게 아리랑을 담은 국내외 음악과 영화, 문학은 물론이고, 아리랑 성냥갑, 아리랑 담배, 아리랑 고무신 등 아리랑을 상표와 상호로 사용한 일체의 것 600여 점을 박물관 ‘아리랑 센터’에 전시하여 거대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다채롭게 아리랑을 이야기합니다.

 

   

정선은 또한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사북 지역의  폐광 시설(삼척탄좌:삼탄)을 문화예술광산이자 감성 여행지로 과감히 변모시켰습니다. 이른바 막장 인생의 애환을 담은 폐광예술지로서의 또 다른 정선 이야기는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쾌거를 일궈냈습니다. 또한 2016년 봄, 여심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주인공 송혜교와 송중기가 묵었던 숙소와 사용했던 이부자리, 입었던 옷가지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관광객의 호기심을 끕니다.    

앞서 말한 정선 5일장에서 그 푸지고 싱싱한 나물을 한두 가지라도 사왔더라면 정선의 향내를 집안에까지 들여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박2일 일정 중에 장구경이 맨 처음 잡혀서 나물 보따리를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저 눈으로만 즐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5일장이다 보니 장이 서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서 그랬던 거지만, 기왕에 관광 상품인 바에야 운영의 묘를 발휘하여 주말 위주로 연다면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상인들도 수익면에서 득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안내문대로 정선 5일장이 옛 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골장터를 재현한 것이라면, 상인들의 복장과 물건을 담아 파는 용기, 좌판, 가게 모양새 등에도 옛 정취를 살려보면 어떨까요? 말하자면 민속촌처럼 운영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구경 한 번 잘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국내 여행 정도는 철철이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문화 유적지나 사연이 있는 볼거리에 눈을 돌리며 여행의 질도 점차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로 해외여행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앞사람 뒤통수와 가이드 깃발만 보고 오는 지경까지는 아니라 해도 여전히 주마간산에 먹고 마시는 것 위주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우리의 관습으로는 금과옥조 격이지만, 일단 배불리 흡족하게 먹고 난 다음에는 여행의 격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건성 다니며 인증 샷이나 눌러댈 게 아니라 아기자기, 오순도순, 도란도란 그 고장과 이야기로 동행하는 맛을 깊게 했으면 합니다. 이번 정선 여행은 제게 그런 측면을 충족시켜 주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은 곧 이야기입니다. 여행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여행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이야기이되 시간 속에 숙성되고 역사 속에 곰삭아 맛깔스런 풍미를 지닌 인문적 이야기입니다. 인문이란 '인간의 무늬'라는 뜻이라지요. 인간의 무늬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길과 같아서 끝없이 이어지고 새롭게 의미가 부여됩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는 여행의 이야기적 속내와 고갱이를 담은 정감어린 표현입니다. 부디 정선의 이야기가 구수하고 구성지게, 골골마다 굽이굽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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