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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28 13:44
가정폭력과 여성 인권 (2)
 글쓴이 : 신숙희
조회 : 4,519   추천 : 0  
'추적 60'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가정폭력의 실태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한 부인이 알코올 중독자에다 의처증 있는 남편을 살해했지만, 주민들과 시댁 식구의 도움으로 진정서를 내고 감형을 선처하는 호소를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부산 여성의 전화 분석 결과에서도 가정폭력, 즉 아내 구타가 원인인 이혼 상담이 전체의 5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읽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집 아파트 바로 밑층에 살았던 나의 이웃의 문제였다. 그 부인은 아주 교양 있고 얌전해 보이는 새댁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었고,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었다. 한 번씩 아파트 주변 음식점에 외식하러 가면 그 가족이 사이좋게 식사하던 모습을 보기도 했기에 아파트 내 아줌마끼리 만나도 남편에 대해 별로 흉이 없는 것을 단지 좋은 남편을 두었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을 갔다 오는데 동네 사람들과 경찰이 와 있었고 그녀의 아파트 안은 던져진 밥상과 깨어진 유리 조각으로 가득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표시 나지 않게 밤마다 아내의 머리를 벽에 쥐어박았고, 이번에도 사귀는 다른 여자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녀의 언니와 친정엄마가 이번에는 이혼을 요구하며 경찰을 불렀으나 경찰은 흐지부지 가버리고 그녀는 이혼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 꿈만 같아 이혼도 선뜻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호주 오기 직전 남편 쪽 삼촌 되는 한 분이 숙모가 집에 늦게 들어온다며 담뱃불로 지지고 온몸을 구타해 결국에는 폭행을 견디다 못해 몰래 도망친 아내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 뒤 우리집에 숨어 있는 것을 알고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빨리 나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했다. 놀란 시어머니가 경찰에 전화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 삼촌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설득하자 그냥 돌아가 버렸다. 그 뒤 그 숙모는 다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팔이 부러져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이혼하려고 했으나 삼촌 되는 분이 자신은 다른 여자와 살면서 절대 이혼은 해주지 않는다는 독단에 이혼도 하지 못하고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가정폭력은 어떤 경우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평생 부부가 같이 살면서 한 번도 남편에게 맞아보지 않은 아내는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필자 본인도 신혼 초에 남편에게 맞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를 한 대 때릴 수도 있다는 사회적 통념과 용납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어떤 남편도 어떤 아내도 어떤 이유로든 아내를 때릴 권리, 남편을 때릴 권리는 없다는 것을 모든 여성과 남성은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폭력은 범죄 행위이다. 폭력도 알코올처럼 습관화하기 때문에 처음 폭력 상황에 단호히 대처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폭력에는 이러한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심리적 폭력도 들어간다. 본인도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결혼 초에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소위 심한 언어폭력을 당해왔다. 그때는 몰랐으나 돌이켜보면 애초에 용납하지 말았어야 할 폭력이었다. 
한국 상담원이 보여주었던 시드니에 사는 한 한국 여자는 조직적으로 남편에게 공원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온몸이 퍼렇게 멍이 들고 담뱃불로 지져진 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면 당연히 이혼해야 하는데 그 뒤에 보니 다정하게 남편과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서 여성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정 내 폭력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머문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최근 호주의 가정 내 폭력에 대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과거 10년 전에는 10명 중 1명이 배우자에 대한 폭력이 어떤 상황에서는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5명 중 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가정 내 폭력이 남편과 아내 사이의 사생활 문제로 간주해온 옛날과 인식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음을 암시해 준다. 그리고 93%의 사람이 가정 내 폭력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결과는 1987년에 79%였던 것과 비교해 훨씬 높은 결과로 나타남으로써 가정 폭력이 범죄 행위임을 더욱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전히 77%의 응답자가 폭력의 희생자에게 비판적임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응답자들은 왜 피해자가 폭력 상황을 떠나버리지 않는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강력한 국가의 법과 보호시설과 복지가 일부 개인의 방종을 초래한다고 해도 그러한 것들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훨씬 인권이라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권리를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여성 폭력방지 해이다. 그래서 호주에서도 화이트 리본 캠페인(White Ribbon Campaign)을 하면서 많은 행사가 있었다. 남성이 앞장서서 여성의 폭력 방지를 해야 한다는 조직이다. 전쟁 중에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20만 명에 달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도 이런 여성 인권 회복의 한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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