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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23 21:30
아름다운 하루의 꽃(1)
 글쓴이 : 신숙희
조회 : 2,176   추천 : 0  

아름다운 꽃이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 있듯이 허구한 날 지내는 하루에도 무지 아름다운 날이 있다.

오늘이 그 하루 중의 하나다. 이른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드니 아침은 쌀쌀한 날씨지만 청청한 하늘은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이다. 느닷없이 딸에게서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아침 일찍 … .
나와 비슷하게 출근하여 학교에 간다고 나섰는데 "엄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엄마예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갑자기 나를 즐겁게 하는 나의 딸 나보다 백배 더 아름답지어머니 날이 다가오는데 선물로 받아들일게"라고 답장을 보냈다.

오전에는 수업에 들어가 석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숙제와 관련된 문법과 에세이 구조에 대해 강의하였다. 오후에 개별로 찾아온 학생들과 숙제를 함께 검토하고 나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쯤 인도에서 온 학생이 내 연구실로 불쑥 고개를 밀더니 이번 경영학 과목 에세이 쓰기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하였다. 오로지 내가 도와준 덕분이었다고 했다. "네가 열심히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와서 자랑스럽다"고 칭찬하니 어깨가 으쓱해진 모습으로 사라졌다. 학생들은 모두 나에게는 내 아이들과 같이 여겨진다. 나이도 내 아이들과 비슷하지만 내가 이민자로 호주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동병상련 같은 마음이 저절로 전달되어서인지 그들도 나에 대해 느끼는 각별한 마음이 있다
퇴근길에 오늘 있었던 또 다른 일을 생각하자 기분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 가장 잘 쓴 리포트를 모범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구조와 인용 등을 가르쳤다. 기실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 방법(Genre based approach)이었다. 그 리포트는 나의 지도를 받아 최고 점수를 받은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와서 아직도 재학 중인 학생이 쓴 것이었다. 거의 수업이 끝날 즈음에 교수가 그 글을 보더니 이름은 지웠어도 아직도 공부하는 학생의 숙제를 참고 자료로 쓰는 것은 개인 권리의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염려를 표시했다. 나도 수긍하여 앞으로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의 글은 모범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조했다.

오후에 보니 인도계 코스 코디네이터에게 이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앞으로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글을 돌리지 마라. 그리고 네가 일전에 학생들의 숙제를 보여달라고 나에게 요청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냐고 … .' 기분이 무척 나쁘기 시작했다. '줄리'라는 마케팅 교수는 나랑 동갑인 여성이고 수년간 나와 긴밀한 관계를 이루며 학생들을 같이 잘 지도해 왔다. 그녀도 나도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다. 이미 나와 이야기가 다 되어 해결한 것으로 알았는데 그 인도 코디네이터에게 일러바쳐 나의 뒤통수를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인도 교수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평소 늘 나에게 지시 투로 이래저래 하는 등 나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듯한 이메일을 자주 보내고는 했다.

'어떤 교재를 가르치느냐는 내가 할 일이지 네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일전에 내가 학생들의 숙제를 보여달라고 한 것은 내가 학생들의 문제를 잘 알아야 더 나은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옛날 같으면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의 나머지 하루를 망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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