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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29 21:22
서간도와 오지에 핀 들꽃
 글쓴이 : 신숙희
조회 : 3,756   추천 : 0  


어느 지인으로부터 이윤옥 시인이 쓴 4권으로 된 '서간도에 들꽃피다'라는 시집을 받았다. 이 시집은 '서간도'라는 중국의 척박한 땅에 질긴 생명력으로 피어 조국 광복을 일궈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게 바치는 시를 모은 것이었다이윤옥 시인은 여성 독립 운동가로 유관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이 안타까워 20여 명의 기억되지 않는 여성 독립 운동가를 알리는 목적에서 이 시들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이 시집에는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를 비롯해 가슴에 탄환 다이너마이트를 품고 뛴 조심성독립운동가 함대를 지켜낸 겨레의 딸아내 그리고 어머니인 김락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을 시로 쓰고 또 간단히 그들의 삶을 요약해 놓았다.

 

예를 들어 애국지사 이애라는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교편을 하면서 20세 때 독립운동가 이규갑을 만났다. 25세 때 31 운동이 일어나자 남편을 도와 독립운동을 하면서 모금 운동에도 참여하다가 일본 경찰에 잡힌다그때 업고 있던 딸이 일본군에게 내팽개쳐지면서 죽임을 당하고 이애라는 감옥에 갇힌 채 모진 고문을 당한다감옥에서 출소한 후에는 일본군의 계속되는 행패와 고문으로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러시아로 망명을 결심한다그 뒤 낳은 두 아들과 함께 함경북도 웅기에 도착하자 경찰에 붙잡혀 또 모진 고문을 당한다여러 차례의 고문과 투옥 생활로 망가진 애국지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결국 27세의 꽃다운 나이에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먼 이국땅에서 사망한다.

 

월선리 산마루에 드리운 붉은 저녁노을

충혼탑에 어리는 소나무 그림자가 길고 깁니다.

어린 핏덩이 업고

삼일 만세 뒷바라지하다

왜놈에 아기 빼앗겨 살해되고

차디찬 옥중에서 부르던 조국의 노래…

<중략>

 오늘도 월선리 선영은

십일월의 찬바람만 휑하니 지나갑니다.

 

-이윤옥-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뒤통수를 한차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잠을 설치면서 읽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오열하고 있었다그것은 그 당시 여자들이 겪어야 했던 모진 고생뿐만 아니라 겨레의 딸아내어머니로서 일제로부터 잃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희생을 한 이중의 삶의 고난의 행적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분들의 삶을 보면서 내 코앞의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호주 이민사회에서 살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살아온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닫게 됐다또 호주 이민자로 살면서 자녀들에게 이런 분들의 역사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안이하게 살았는지 느끼게 했다.

 

고향이 경남 김해라서 친정 부모들도 전쟁에 대한 혹독한 기억이 없고, 다만 아버지가 일본 징용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 숨었다는 이야기만 들어왔다그래서 직접 겨레의 상처를 체험할 수 없었으니 그저 다른 이민자처럼 내 코앞의 생활고에 찌들어 지내왔을 뿐이다친정엄마마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한국을 가도 별로 신이 나지 않았다큰언니, 형부가 있어 그나마 기댈 곳이 있다는 위안이 들면서 우리가 나라가 없었다면 어찌 됐을 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이러한 이름 없는 여성들의 항쟁으로 우리는 조국이 있어 돌아갈 곳이 있고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민 1세대는 호주라는 서간도에 핀 들꽃이다척박한 오지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치 않고 있다특히 호주에 사는 대부분 여성 이민자는 호주는 '여자의 천국'이라는 기치와는 정반대로 가사와 생활고의 이중부담을 안고 산다. 이민 2세대들은 만주의 서간도뿐만 아니라 오지의 서간도에 핀 이름없는 자신들의 부모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은혜를 함께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자녀들에게 이러한 겨레의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상처들을 상기시켜주는 것은 우리 이민 1세대의 의무이다만삭이 된 딸이 '베이비 샤워'를 한다고 초대했다많은 친구와 아는 분들이 정성 어린 선물과 돈으로 축하했다나는 달랑 편지 하나가 든 봉투를 주고 왔다그 편지에는 호주인과 결혼한 딸이 자녀를 낳으면 반드시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딸 자신이 먼저 모범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 공부하라고 했다이국만리에 살지만 815일이 다가오면 한 번씩 가족들을 모아놓고 우리의 역사를 일깨워줄 참이다상처를 준 사람이나 국가에 용서는 하되 잊지 말아야 한다그 아픈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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